2000년 메이데이 문화제 - 모시는 글
1998년 메이데이문화선언 후, 올해로 세 번째 메이데이문화제 판을 벌입니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적잖은 사회운동단체들의 문화에
대한 견해는 변함없이 시간적인 여유나 금전적인 넉넉함이 허용될 때 소용되는
볼거리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쨋거나, 노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소시민이 돼 노동자가 아닌 문화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굴절된
오늘의 노동자 문화! 한술 더 떠 민주노총은 2000년 메이데이 기념대회를 4월
29일날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민주노총의 상황이나 조건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메이데이’란 ‘발렌타인데이’(-는 전세계적으로 기념식을 하지 않습니다)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노동절인 메이데이는 1886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889년 7월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일에 세계 20여개국 391명의 노동조합 대표들이 파리에 모인 국제노동자대회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은―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행동하자’는 세 가지 연대결의를 실천하는 날로 선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 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되었고 올해로 110주년째
대회가 된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1993년까지 메이데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한국노총 창립일인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법제화해 공휴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성장한 민주노조세력들은 오히려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 불명예
날’로 선언하고 메이데이 정신을 계승하는 5·1절 투쟁을 전개했던 것입니다.
마침내 1994년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에 손을 든 정부는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개정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노동절이 아닌 근로자의 날로
명명하여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가 되길 권유하면서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민주노총이 스스로 5월 1일 메이데이투쟁을 접고 4월 29일
집회를 계획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역사를 뒤틀어버린 것입니다.
메이데이문화제를 준비하는 우리는 올해로 이러한 황당한 발상이 끝나길 바랍니다.
그러나 2000년 세계노동절 대회는 민주노총의 계획과 무관하게 5월 1일 진행할
것입니다. 왜냐면 이 날이 바로 노동자 계급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거부하는 반자본, 계급평등 사회를 위한 투쟁을 선포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문화가 변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할 문화는 5월 1일을 4월 29일로 바꾸는 문화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노동자 여러분, 메이데이는 5월 1일입니다. 여러분들을 모십니다.
메이데이 문화제 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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